박노해, 분쟁과 가난의 땅에서 평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내디딘 발걸음
2020년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서 열려

[곽기자의 전시산책]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박노해 사진전 "분쟁과 가난속으로"

곽중희 기자 | news@thesegye.com | 입력 2020-08-05 1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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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임즈 곽중희 기자]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기품으로 눈부시게

-박노해


세계를 돌며, 자신이 목격한 노동의 순수함과 그 속의 담긴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박노해(시인‧사진작가‧혁명가), 그는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1년 안기부에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무기수가 됐다. 1998년 7년 만에 석방,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그리고 2000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하고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이후 전 세계의 분쟁‧전쟁 지역을 돌며 평화운동과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주최‧주관하는 17번째 사진전으로, 8월 30일까지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나눔문화'는 정부후원과 재벌지원, 언론홍보에 의존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19년째 후원회비로만 운영하고 있다. 
 


8월 2일 오후 6시 방문한 '라 카페 갤러리', 창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를 좋아하는 기자는 '박노해' 시인의 전시에 종종 방문한다. 오랜만이었다. 며칠간 장맛비로 온 나라가 물에 잠긴 탓인지 밖은 고요했다. 우산을 쓰고 추적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뉴스엔 연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뭇 소식들이 들려왔다. 안타까운 사연들. 빠른 복구와 회복을 바랐다. 걱정되는 마음에 고향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본다. 



갈색의 화분들이 눈에 들었다. 카페는 온통 초록의 옷을 입었다. 자연의 색(色) 초록, 초록이라는 말은 참 좋다. 발음부터 '록'하고 맑은 소리가 난다. 뒤끝이 없다. 한 여름 장맛비에 씻겨 내리는 묵은 먼지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에 묵었던 죄(罪)들도 함께 씻기는 것만 같다.

나눔문화에 따르면, '라 카페 갤러리'는 오직 시민분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정부‧재벌‧언론홍보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 이는 단체의 곧은 원칙이다. 박노해 시인이 과거 국가보상비를 거부한 것으로 보아 어떠한 권력과도 하나가 되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담긴 듯하다. 



 


'한 여인이 돔 형태의 문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박 시인은 지난 20년간 중동‧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 등 가난과 분쟁 현장을 다니며 그들의 일상의 삶 곳곳을 사진과 글로 남겼다.

그의 작품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일부 기득 언론은 왜 이런 가난과 분쟁의 일상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가. 왜 관심조차 없는가. 자극‧선정적인 담론, 정치 논쟁, 재벌기업 등 돈이 되는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는가. 물론 그 또한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 중 하나지만, 이슈몰이에만 정신이 팔린 일부 언론의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언론은 시선몰이의 도구가 아니라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알려 국민의 시선을 더욱 넓고 맑게 만들어주는 푯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 옆 설명이 있기에, 아래 작품들의 사진설명은 따로 적지 않았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단단하게 단순하게 단아하게'다. 사진 속에는 단단하고, 단순하고, 단아하게 자신들의 삶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분쟁과 전쟁으로부터. '인간의 욕심'이 있는 한 이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한 그를 막기 위한 투쟁 또한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은 다시 일어나 싸우며 이 땅을 지켜왔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저 높은 곳의 사랑이 있는 한 결코 무릎 꿇릴 수 없는 게 인간이기에
-산정의 단단한 집 中, 박노해 시인



마지막 사진과 눈이 마음에 들어온다.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밀리고 떠밀려 마지막으로 모여든 보금자리, 요즘 한국의 모습과 닮은 부분도 있다. 매일 신문에 오르는 부동산 이야기. 터무니없어 오른 집들의 가격, 서로 편하게 잘 살겠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하나 둘 쌓아온 칠흑의 건물들. 서로 다투지만 결국 모두가 욕심의 굴레에 갇혀 있는 건 매한가지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누굴 나무랄 것 없는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깨끗이 빤 옷차림으로 쌀국수를 대접해 주는 여인은
생활이 고달프다 하여 함부로 살아가면 되겠냐는 듯,
가난과 불운이 마음까지 흐리게 해서야 되겠냐는 듯,
단아한 자태로 꽃 같은 미소를 지어 보낸다.

-진창 위의 꽃밭 中, 박노해 시인 

 


어떤 인간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꼭 '어떤 인간'이 돼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마음'의 길을 따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수가 따르지 않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말이다. 유목민들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지 궁금하다. 그들에게 세상은 나그네 길일까. 어떠할까.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 적으니 마음은 편안하죠. 그래도 이 끝없는 초원에 나 홀로인 것 같아 적막해지고 달라이 라마를 생각하다 슬퍼질 때면 말을 타고 달려요. 가슴을 다 열고 초원의 빛과 하늘과 바람에 안기면 내 안의 우울이 다 살라지는 것 같거든요."
-티베트의 유목민 中, 박노해 시인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미안함에, 때묻은 손을 잡아야만 하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바닥이 아리다. 자연에서 온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노는 게 좋다. 진정한 고상함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고산지대를 뛰노는 아이들의 미소는 맑다. 맑다 못해 죄많은 삶이 송구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는 명문대(SKY대)가 아니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손을 잡고 뛰놀 수 있는 자연이 진정 세상에서 가장 높은 학교다. 


엄마가 알파카 털로 짜준 전통 옷을 차려입고
새벽부터 두세 시간을 걸어 학교에 온 아이들이
친구를 보자마자 빨갛게 언 볼로 신나게 뛰논다.
고원이 단련해 준 강인한 심장으로
고독이 선물해 준 천진한 웃음으로
결핍이 꽃피워준 단단한 우정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작은 학교에서
세상에서 제일 크고 환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 中, 박노해 시인


 


전시장과 카페가 함께 있다. 2층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1층에서 전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책을 읽는 동선이다. 카페에서는 나눔문화를 후원하거나, 이번 전시과 관련된 기획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박노해 시인의 삶은 참으로 고단했지만 뜻이 있어 아름답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내디딜 그의 발걸음을 응원하고 싶다. 이번엔 성큼 후원지를 쓰지 못했지만, 고민해보고 꼭 좋은 나눔문화를 위한 투자를 시도하고 싶다.

한편 이번 전시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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