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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난 3월 10일 코스피(KOSPI)는 전날보다 280.72포인트(5.35%) 오른 5532.59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 낙폭(5.96%)을 대부분 만회했다. 장 초반 ‘매수 사이드카(Sidecar │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 │ 주식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된 지 하루 만에 정반대 분위기가 된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하면 20분 동안 모든 거래를 중지하는 변동성 완화 장치이다. 코스닥(KOSDAQ)도 전장보다 35.40포인트(3.21%) 오른 1,137.68로 마감했다. 달러당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급락해 주간거래는 전날보다 26.3원 내린 1,469.2원으로 마감했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란 발언이 알려지면서 뉴욕의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했고,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80달러대 중반 수준까지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발언에 울고 웃는 ‘시계 제로’ 상황이 된 셈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매도 사이드카’ 5회, ‘매수 사이드카’ 3회 등 모두 8회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한 해 동안 발동된 횟수(7회)보다 벌써 더 많다.
경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이자 리스크(Risk)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럴 때일수록 주가 급변동 시엔 자금력과 정보 분석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선을 돌파하자 개인투자자 자금이 늘고, ‘주식 영끌’도 나타나고 있다. SNS나 주식토론방 등에선 마이너스(-)통장이나 전세금·결혼자금 등을 투자했다가 손해 보고 있다는 글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빌리는 돈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 2,864억 원에서 지난 3월 9일 31조 6,905억 원으로 무려 4조 4,041억 원이나 급증했다.
통상 주가 상승 기대로 이런 투자자가 늘어나지만, 반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강제로 청산되는 돈이다. 이날 반대매매로 나간 주식은 824억 원으로 증시 폭락 직후인 지난 3월 5일 776억 원을 48억 원이나 훌쩍 넘었다. 이처럼 커진 ‘변동성(Volatility)’만큼 우려도 그에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개인 거래 비중이 20% 수준인 뉴욕증권거래소와 달리 한국은 최대 70%에 달한다. 최근에도 개인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지난 4일 하루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선 것 또한 개인 매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개인은 13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미국·이란 간 중동 전쟁으로 인해 국제 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높고 장기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개인투자자 대규모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특단(特段)의 조치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개인투자자 역시 “급등락 장엔 관망도 투자”라는 격언을 되새겨야만 한다. 주식시장은 도박판이 아니라 기업 실적과 성장에 투자하는 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한국 증시는 상승장에서 쉽게 달아오르고 조정받을 때는 폭락하는 형태를 보인다. 무엇보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개미들의 ‘빚투’가 늘어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중동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한국 증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등에 힘입어 정상화 길에 들어섰고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기 차익만 좇는 ‘유동성(Liquidity)의 유혹’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것부터 경계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로 인해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실적을 짓누르면 증시 조정 압박도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시장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위험 신호만은 분명하게 알리고 정확하게 발신할 필요는 있다.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파제를 더욱 든든히 쌓고 시장 교란 행위 감시도 강화해야만 한다. 투자자들 역시 변동성에 기댄 ‘한 방’ 노림수보다는 분할 매매와 장기 투자라는 원칙을 깊이 되새기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현재 코스피는 5,500선을 오르내리는 중인데 과거 1,600선 시절에 구축한 10조 원의 증시 안정 펀드나 단기 자금 수혈 방식으로는 확 커진 덩치를 지탱하기 쉽지 않다. 증시 외형이 확대된 만큼 변동성에 대비할 방파제를 더 두텁게 쌓아야만 한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초단기 미수거래와 중단기 차입인 신용거래 융자가 계속 증가하는 모양새다. 미수거래는 매매 대금을 외상 거래한 다음 2거래일 안에 갚는 것을 말하는데, 코스피가 12% 급락한 다음 날인 지난 3월 5일 기준 무려 2조 1,487억 원에 달했다.
투자금을 증권사에서 빌린 뒤 갚지 않은 신용거래 융자도 같은 날 33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급증한 개인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증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들이 위험한 ‘빚투’에 나선 것은 상승장에서 배제되면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기회 상실 공포(FOMO)’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지난해 2월 2,400에서 올해 2월 6,300까지 거침없이 상승한 결과, 급락 후 ‘V자 반등’을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커졌다. 지수가 하루 12% 빠지는 상황에서 ‘떨어지는 칼’을 쥐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간 큰 개미가 적지 않다. 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코스피가 6% 가까이 하락한 지난 3월 9일에도 개인은 기관·외국인 매도 물량을 4조 원 넘게 받았다.
지난 3월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공매도(Short Selling) 과열 종목 지정 건수는 총 1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과 지난달 전체 지정 건수가 각각 158건, 136건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공매도가 대거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은 공매도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다.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다음 날 공매도가 제한된다.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장세 속 공매도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공매도 과열 종목이 많이 늘어난 것은 공매도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수익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을 겪는 과정에서 미리 공매도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숏커버링(Short covering │ 빌린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행위)’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매도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2.60%에 불과했지만, 전날 기준으로는 5.56%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은 법임을 각별 유념을 하고, 급락 원인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격전(激戰) 중인 중동 전쟁은 장기화 우려가 크다는 것도 명심해야만 한다. 거품이 많이 낀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란 초(超)불확실성이 덮친 것이라 충격이 더없이 크다. 비(非)이성적 ‘빚투’는 투자자 개인의 재산 손해를 넘어, 불필요한 공포심과 비이성적 투매를 조장해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둔화 이상으로 과민 반응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무리하게 단기 차익만 좇거나 낙관론에 기대기보다 시장 위험을 냉정히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시장 안정과 함께 투기적 거래가 최소화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코스피 8,000으로 국민 부자 시대를 열 것”이라는 등 장밋빛 기대만 자극할 게 아니라, 책임 있는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관리·감독하는 일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여 힘을 쏟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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