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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1920년부터 여성 운동가인 나혜석, 박인덕 등이 주축이 되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으나 일제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가 1985년 제1회 ‘한국 여성대회’를 열면서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평등·돌봄·연대의 실천으로 성평등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한 탄핵광장 응원 봉 여성들이 오는 3월 8일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제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했거나 성평등과 여성 권익 향상에 이바지한 개인 또는 단체에 주는 상이다. 성평등 디딤돌상. 성평등 걸림돌상과 함께 시상한다. 시상식은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는 3월 7일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열린다.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이날 행사에는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50여개 부스가 운영된다.
특히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3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을 기업의 기밀, 개인의 정보로 인식했던 기존의 관행을 바꿔 노동자들이 자신의 차별을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임금을 투명하게 공시하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라며, 성평등가족부가 추진 중인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제정하고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임금은 그간 기업의 기밀, 개인정보로 인식돼왔지만 이를 통해 기업들은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임금 시스템을 감춰올 수 있었다.”라며 “공정하고 평등하며 투명한 임금 시스템은 성차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목표와 목적하에 섬세하게 설계된 성평등 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성평등 임금 공시제’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성별 임금 수준과 고용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직종·직급·고용 형태·근속 연수 등 기준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고용 현황과 임금을 공개하도록 하고, 노동자와 구직자가 임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성평등 임금 공시제’의 법제화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20여 년간 반복된 요구에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정책과 법으로 답해야만 한다.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의 시간은 33년째 멈춰 서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단 한 번도 ‘성별 임금 격차 1위’라는 오명(汚名)을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남성이 100만 원의 보수를 손에 쥘 때, 여성은 65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한국은 1992년 OECD ‘성별 임금 격차’ 통계에 포함된 때부터 2024년까지 무려 33년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최악의 성별 임금 차별 국가’라고 알려졌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4년 기준 29%로 2023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11.3%의 2.6배에 달한다. 이 격차는 개인의 선택이나 능력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채용·배치·승진 차별에서부터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뿌리 깊은 차별이 누적된 결과치다. 2024년 기준으로 ▷고용률 여성 62.1%·남성 76.8%, ▷비정규직 비율 여성 57.3%·남성 42.7%, ▷1,000명 이상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 24.38%, ▷2005년 기준 육아휴직자 여성 11만 7,129명·남성 6만 7,200명 등 여러 통계가 이를 방증(傍證)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기업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불공정한 임금 시스템을 감춰왔다. 시민사회단체는 2000년대 초부터 임금 차별을 바로잡는 첫 단추로 기업이 성별·직급별 임금과 인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지난 20년간 오스트리아·독일·영국 등 많은 유럽 국가가 임금 투명성을 높이는 법을 도입했고, 유럽 집행위원회는 올해까지 모든 회원국의 100인 이상 기업이 정기적으로 임금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개인소득 기회 불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성별’이라는 보고서는 지난해 이미 나왔다. 가계소득에서 기회 불평등의 60% 이상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비롯되고, 개인소득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성별이라는 연구 결과다. OECD는 2025년 9월 22일(현지 시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럽과 미국 등 회원국 32개국(한국 미포함)을 대상으로 ‘기회 불평등’이 소득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자료다.
OECD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출생지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소득 격차에 미치는 영향으로 ‘기회 불평등’ 정도를 측정했는데, 분석 결과, 가계소득 격차의 평균 4분의 1 이상이 성별, 출생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국가별 편차가 컸다. 스위스와 일부 북유럽 국가는 기회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 정도가 15% 미만이었지만, 미국·아일랜드·스페인·칠레 등은 35%를 넘었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기회 불평등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조사 대상 국가 4분의 3에서 기회 불평등의 60% 이상이 부모의 학력과 직업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분의 1에서는 이 비중이 75%를 넘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기회 불평등을 설명하는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성별이었다. OECD 회원국 중앙값을 기준으로 성별은 개인소득 기회 불평등 요인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성별에 따른 격차가 가계 단위 분석에서는 종종 가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OECD는 설명했다. 뒤이어 아버지의 학력·직업, 어머니의 학력·직업 순으로 영향력이 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노르웨이 오슬로(Oslo)대 박노자 교수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국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전례 없는 수준인 30%가 넘는 막대한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페미니즘(Feminism)이 훨씬 더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성평등가족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성평등가족부는 500인 이상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을 대상으로 한 공시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100인 미만과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고,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에 고용돼 노동자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번 ‘성평등 임금 공시제’가 성차별 구조를 깨뜨리는 도구가 되려면 50인 이상 기업까지 확대해야 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당수 여성 노동자가 100인 미만이나 50인 미만 사업장, 나아가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에서 일을 한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속도전을 넘어, 공시 대상 확대와 실질적인 제재·시정 조처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입법안이 당연히 서둘러 마련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기업 또한 투명한 임금 구조가 공정한 보상 체계의 시작이며, 우수한 여성 인재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점을 각별 유념하고 명심해서 실행으로 옮겨 답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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