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쿠바에 정치범 없다" 부인
(서울=포커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에는 합의했지만 쿠바의 '인권‧민주화 문제'에는 여전한 견해차를 확인했다.
◆금수조치 해제…양국 공통 인식 보여
미 CNN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에는 공통적인 인식을 보였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의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미국 행정부가 시행한 무역과 여행 규제 완화 조치는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금수조치는 해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행정명령 외의 대부분 제재 해제 권한은 미국 의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의회의 금수조치 해제 시기는 쿠바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쿠바 인권‧민주화 문제…여전한 견해차
두 정상은 쿠바의 인권과 정치 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나라 사이에는 수십 년간 쌓여온 (정치‧문화적) 차이가 있다"며 "미국과 쿠바는 특히 언론‧집회‧종교의 자유에 있어 매우 다른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카스트로 대통령에게 두 나라는 뒤를 돌아볼 게 아니라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 확립과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는 인권 문제에 있어 강조점이 미국과 다르다"며 "정부를 위협하는 미 정보요원들의 활동은 규제하지만 국민들에게 무상 의료보험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국가 의료보험 체계가 불완전하고 임금면에서도 성차별이 큰 나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왜 쿠바 정부는 반체제 인사를 감금하느냐"는 CNN 기자의 물음에 "만약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 보라"며 "정치범 명단을 주면 즉시 석방하겠다"고 답했다.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는 전제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관타나모 해군기지 반환…카스트로 "미군 철수 필수"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문제도 이날 언급됐다. 카스트로 의장은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미군이 주재하는 것은) 봉쇄정책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군 철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쿠바와 정당하게 임대계약을 맺고 관타나모 해군기지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지만 쿠바는 이를 주권침해 행위로 보고 있다. 해군기지 철수와 더불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도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으나 국방부와 의회의 반대로 인해 현재까지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카스트로 의장의 기자회견도 전례 없는 일이다. 그는 기자회견에 익숙지 않아 처음에는 자신에게 질문한 것인지조차 헷갈려하고 기자들에게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통역을 위해 착용하고 있던 헤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바마, 정상회담 전에 아바나 시가지 관광도..."화기애애"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첫날인 20일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만나고, 가족들과 아바나 구시가지를 관광했다. 21일에는 아바나 혁명광장에 있는 쿠바의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기념관 헌화, 정상회담에 이어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마지막 날인 22일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국영 TV로 생중계되는 대중연설이 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메이저리그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를 관람하고 반체제 인사들과 만난 뒤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두 정상은 금수조치 해제에는 공감했으나 인권, 민주화 문제에서는 견해차를 보였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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