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농지 투기 근절과 ‘경자유전’, 농촌 현실 반영한 ‘농민 살리는’ 제도 개편 서둘러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9-23 13: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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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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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21일 당·정 협의를 개최하고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전수조사와 관련하여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한 후속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개발 이익을 노린 농지 투기는 엄단하되, 상속이나 농가 고령화 등에 따른 관행적인 휴경(休耕) 및 임대차는 양성화하고 처분을 유예하겠다는 것으로 환영하고 반긴다. 농지 전수조사와 개정 「농지법」 시행으로 인해 농촌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과 반발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농지 현황을 파악하고 투기를 근절하려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타당하나, 제도의 취지와 농촌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정책 목표를 온전히 달성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이번 농지 정책 혼선의 출발점은 지난 2월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됐다.”라며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한다.’라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을 주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당연한 지시로 옳다. 아주 오래전부터 ‘땅을 실제로 일구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인식은 ‘맹자(孟子)’의 ‘등문공 상(滕文公 上)’에서 토지를 일정한 형태로 나누고 농민들이 경작하는 정전제(井田制)의 내용으로 토지를 아홉 구획으로 나누고 가운데 공전(公田)을 두어 여러 농가가 함께 경작하고, 나머지 토지는 각 농가가 경작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구일이조(九一而助)’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1,013만 필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이뤄졌고, 위반이 의심되는 284만 필지(약 27%)에 대한 심층 조사가 착수되었다. 특히 지난달 28일 본격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경(自耕)하지 않거나 불법으로 빌려준 농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 명령을 의무화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감정가와 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최대 25%를 매년 이행 강제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하여, 불과 4년이면 땅값 전액을 벌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문제는 법의 엄격한 잣대가 농촌의 척박(瘠薄)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재 농가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본인의 노동력만으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기계화와 위탁 영농이 보편화된 현실 속에서 70~80대 농민이 트랙터를 보유한 젊은 층(層)에 농지를 맡기거나, 이웃 임차농(賃借農)이 마을의 농지를 모아서 경작하는 것은 오랜 생존 관행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행 「농지법」은 징집이나 질병 등 피치 못할 예외적인 경우에만 위탁경영과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어, 평생 농사만 지어온 고령 농민들마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강제 처분과 이행 강제금의 공포는 농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농지 소유자들이 벌금을 피하고자 급히 농지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정작 농촌에는 땅을 사서 농사지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여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곧 농지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져 선의의 농민들에게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야기(惹起)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처분을 우려한 지주들이 임대차 계약을 급하게 거두어들이면서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임차농들은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농지를 실제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책이 도리어 진짜 농민을 농지에서 밀어내는 촌극을 빚은 셈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당·정은 불법 임대차 기준을 투기가 명백한 경우로 한정하고, 연말까지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1988년 이후 38년 만에 경미하고 관행적인 위반 농지를 양성화하기로 합의했다. 농지은행 위탁을 조건으로 처분을 유예하고 자진 정비 기회를 부여하기로 한 점은 불행 중 다행이나, 농촌 민심이 악화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내놓은 임시방편(臨時方便)의‘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무엇을 투기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고령화된 농촌 상황을 면밀하고 촘촘히 살피고 분석하여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했다. 부동산 정책에 이어 농지 정책마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으로 제도를 수정한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임차 농지의 비중은 1951년 8.1%에서 2024년 47.0%로 급증했다. 이는 더 이상 ‘소유자 = 경작자’라는 기계적인 공식이 성립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하고 방증(傍證)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불만 수습의 기회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농지 소유 및 이용 제도를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가짜 영농계획서를 앞세운 개발 호재 노리기나 농업 법인을 악용한 부동산 투기 세력은 철저히 가려내 엄벌해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은퇴 농민의 생계를 보장하고, 귀농인과 청년농(靑年農)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합법적인 임대차의 길을 과감히 넓혀주어야 한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숭고한 원칙이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선의의 농민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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